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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작가
    1차 조사 2024. 4. 18. 23:06

     

     

     

    [유작가 소지품: 가방]

     

    -----유작가 핸드폰에 녹음된 오래된 음성 파일 (2008년)-----

     

    (노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젊었을 때 정불행과 결혼해서 네 엄마, 이사랑과 네 외삼촌 이희망을 낳았단다.

    그때의 나는 성숙하지 못했어. 술과 도박에 미쳐서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렀지.

    자식들에게 산에서 잡은 말벌을 집어다가 벌침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며 괴롭혔단다.

     

    정불행은 이혼을 요구했어.

    나는 네 엄마 이사랑 데려 왔고, 정불행은 네 외삼촌 이희망을 데려 갔어.

    나는 지금의 네 외할머니를 새로 만났고, 자식을 낳았어.

    우리에게 네 엄마는 지우고 싶은 과거의 잔재가 되었지.

    우리는 불쌍한 네 엄마를 차별하고 괴롭히며 살았단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 나는 겨우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만,

    네 엄마는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말았어.

     

    네 엄마는 내게 말했어.

    자기는 아빠도, 둘이서만 도망친 엄마와 동생도 미워하며 살았다고.

    죄인인 나는 이렇게 정정한데 왜 자기는 딸을 두고 벌써 죽냐고, 서럽게 울었어.

    하지만 마지막에는 이런 얘길 하더구나.

    엄마와 동생이…… 보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정불행이희망을 찾아 다녔어.

    그렇게 마침내 알게된 소식은...끔찍한 소식이었어.

    정불행과 이희망은 산속 깊은 곳에서 살고 있었는데,

    1년쯤 전에 정불행이 별세했다는 거야.

    나는 네 엄마가 눈을 감을 때까지 차마 그 얘기를 하지 못했어...

     

    네 엄마를 떠나 보내고, 내 아들 희망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나는 두려웠어.

    평생 세상과 단절되며 살다 지 어미까지 떠나 보낸 희망이가……

    나를 얼마나 미워할지, 도저히 직면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러니 염치 불구하고 부탁한다.

    이 주소로 네가 가서……내 아들이 잘 있는 지 보고와 줄 수 없겠니?

    보고만 와줘.……그거 뿐이면 돼.

     

    -----음성 파일 종료-----

     

    음성 파일 제목: 강원도 산골시 오면 너동 죽으리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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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작가의 집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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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피들과 상장]

     

    유작가의 집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때 받은 다량의 트로피들과 상장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소설 '독충의밤' 초본]

    유작가의 집에서 소설 '독충의밤'의 초본이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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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충의밤'

    첫째는 문을 열었다. 혜진은 첫째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

    첫째보다 어린 남자 아이가 의자에 묶인 채 팔을 테이블에 올려 두고 있었고,

    술에 취한 중년 남성이 말벌을 집게로 들고 있다.

     

    혜진은 아이에게 벌침을 놓으려는 남자를 막아 섰다.

    남자는 혜진의 뺨을 후려치고, 발길질을 하며 그녀를 넘어뜨렸다.

    그 때, 남자의 아내가 부엌에서 달려와 남자를 말렸다.

    남자는 아내를 벽으로 밀쳤고, 아내는 머리를 부딪히고 기절했다.

     

    혜진은 남자와 격투를 벌였다.

    첫째아이는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동생의 결박을 풀고, 혜진은 의자를 들어 창문을 향해 던졌다.

    깨진 창문의 틀에 카펫을 깔고 아이들에게 오라고 소리쳤다.

     

    그 때, 남자가 혜진의 목을 잡고 힘껏 조이기 시작했다.

    혜진은 버둥거렸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잠시후, 남자가 윽, 하고 신음한다.

    혜진은 가까스로 남자에게서 벗어났고, 남자의 등에 찔려 있는 식칼을 보았다.

     

    첫째 아이가 손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아이가 뒤에서 남자를 칼로 찌른 것이다.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칼을 뽑아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

     

    첫째 아이는 가슴에 칼을 맞고 쓰러졌다.

    둘째가 울며 달려 들었지만, 남자는 둘째를 힘껏 밀어 버렸다.

    아이는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졌다.

    아이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겁에 질린 혜진은 혼자서 창문을 넘어 탈출을 시도했다.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따라서 넘어오려고 했다.

    그런데 창문 틀에 걸려있던 카펫이 미끄러지며 남자는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창문 근처에는 커다란 말벌 집이 있었는데,

    방금 전 충격으로 말벌집의 일부가 넘어진 남자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남자는 술에 취했고, 발을 접질렀는지 쉽게 일어나지 못했는데,

    그 동안 성난 말벌들이 남자를 둘러싸고 쏘아 대기 시작했다.

     

    혜진은 달아나려다, 집에서 들려 오는 아기 울음 소리를 들었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안쪽 방에서 울고 있는 막내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를 안아 든 혜진은 독충이 바글대는 집에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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