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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작가 핸드폰 / 주변인물 증언 / 초본
    2차 조사 2024. 4. 19. 01:25

     

     

     

     

     

     

     

     

    [유작가 핸드폰: 카톡]

     

     
     

     

     

     

     

    [유작가 주변인물: 현동창]

     

    현동창:

    저는 김교수, 유작가와 고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저도 문예부 동아리원 이었고요.

    제 기억으로 두 사람은 항상 붙어 다녔으니까 가장 친한 사이였다는 건 맞아요.

    둘 다 책벌레라서 언제나 책 얘기 밖에 안 했던 기억이 나네요.

    문예 창작 부 내에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독서량이 많은 두 사람이었어요.

    근데 김교수는 제가 알기로 교내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걸로 알아요.

     

    그때 김교수는 글재주가 없었거든요. 대상이며, 1등이며, 모두 유작가가 독점했었는데,

    김교수가 아마 많이 배가 아팠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그러다가 김교수가 갑자기 상을 받았는데, 교내 대회도 아니고 갑자기 작가들이 데뷔하는 무대인

    하늘 문예 공모전에서 입상한 거에요, 글쎄? 그것도 최우수상으로. 대상은 유작가였을 거에요.

    그런데 그 때 애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좀 돌았는데, 유작가가 김교수 글을 손 봐줬다는 소문이었어요.

    그 소문이 왜 나왔냐 면…… 이건 유작가도 모를 것 같은데,

    김교수가 상을 받은 날 학교에서 그 동안 자기가 쓴 글을 모두 찢어 버리고 우는 모습을

    문예부원이 봤다고 했었거든요.

     

     

     

     

     

    [유작가 집: 소설 초본]

     

    유작가의 집에서 발견된 소설 초본들.

    몇번이고 고쳐쓴 원고들이 수두룩히 쌓여있다.

     

    (내용: 사건과 관계없으니 읽지 말고 스킵해도 상관 없습니다.)

     

    <나무소리 >

     

    나는 어떠한 목적성 없이 무작정 빛을 향해 나아갔다. 다만 홀린 듯이 쫓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을 뿐이었다.

    빛을 향해 걸어 가는 나의 선택은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을 등지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역겨운 벌레들뿐이다.

    차츰 어둠 속에서 무성하게 자란 풀숲이, 이어서 산기슭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속에 들어서고 나서야 나의 몸은 어느 정도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되찾은 나의 몸은 향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하얗고 희미하다. 손바닥의 손금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하얗고 희미해진 팔다리로 눈 앞을 가리는 수풀과 잔가지들을 헤치며 산을 올랐다.

    점점 가까워져 가는 빛은 가로막는 모든 것을 투과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이정표 삼아서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삽시간에 산을 올랐고 빛은 이제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어른거리는 빛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니 주변은 나무가 우거진 산에서 벼랑을 향해 나있는 돌길로 바뀌었다.

    나는 최대한 엎드려 자세를 낮추고 사족보행을 하며 바퀴벌레처럼 돌길 위를 나아갔다.

    눈부시던 빛은 어째선지 가까워질 수록 희미해져 갔고 나는 더욱더 은밀하게 다가갔다.

    곧 주변의 지형지물이 뚜렷해지며 나는 빛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밝던 빛은 놀랍게도 낡은 등불이었다. 바람을 타고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등불은 검고 낡은 누더기를 걸친 노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소매가 걷혀 보이는 앙상한 노인의 팔목에는 검버섯이 곰팡이처럼 얼룩져 있었다.

    노인을 면밀히 관찰하던 도중 나는 순간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백내장에 걸린 듯이 혼탁한 노인의 눈을 본 순간 나는 가슴 속에서 휘몰아치는 두려움을 느꼈다.

    ...

     

    <고래와 밤바다 >

    “2년 전에, 집에서 박물관에 간 적이 있어.

    그곳엔 이런 저런 다양한 전시장들이 있었는데, 그 중엔 방 안을 우주처럼 꾸며 놓은 곳이 있었어.

    어두 껌껌한 공간에 별들이 반짝이는데, 제법 잘 만들어서 그 안에 서 있으면 정말 우주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 들더라. 그렇게 그 방에서 우주를 보고 있자니 나 같은 건 정말로 작은 존재구나 싶었어."

     

    민재는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슨 표정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 있잖아, 갑자기 너무 무서워 지기 시작했어. 이 우주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지를 의식한 순간, 한낱 먼지나 벌레 따위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그 순간,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가 없었는데, 그 때 바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미칠 듯이 무서워 지고 이 세상 사람들이,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 지게 된 거야. 주변에는 어린 애들도, 학생들도, 젊은 커플들도, 어른들도 다 있었어. 누구는 신비로워 하고, 누구는 무관심해 하고, 또 누구는 황홀함에 젖어 있었지. 그렇게 그 사람들을 보면서 알았어. 그곳에는 나와 같은 기분인 사람이 없다는 걸. 그걸 깨닫고 나니 갑자기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 진 것처럼 외로워 졌는데, 아마 나만 그런가, 나만 지금 무서운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 치는데 정말로 그런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아.”

     

    이어서 민재가 질문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바다를 좋아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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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임씬과 무관합니다) 진짜 원작자: 용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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